시험 망쳤을때 인생 끝난듯 자책하지 말자..

Posted by sheneedsme
2015. 10. 11. 15:24 일상 이야기

제 블로그의 주 내용이 아무래도 영어원서나 영어 관련 정보이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 듯 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그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산 입장에서 혹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어줍잖은 조언의 글(위로의 글)을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오늘은 시험 망쳤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처음 시험 결과(망쳤을때)에 대한 공포를 느낀것은 놀랍게도 8살 때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름방학 때 어떤 연유로 친척집에 한달가량 머무르게 되었고, 그 곳에 살면서 처음으로 웅변학원이라는 곳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왜 속셈학원도 아니고 웅변학원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2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분명 웅변학원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자그마한 아파트 단지옆 이층 건물 일층에 위치한 것도 기억나구요. 무엇보다 오른팔을 대각선으로 쭉 뻗는 연습도 분명 했습니다. (이~~연사 힘주어 외칩니다!!!)


그 곳에서 매일같이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는데 그 시절 그 나이때는 꽤나 똑똑했던지라 매번 100점 짜리 시험지를(그래봤자 받아쓰기) 자랑스럽게 친척 어른들께 내밀고선, 머리를 5도 가량 앞으로 숙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쓰담쓰담)



그러던 어느날, 정말 말도 안되게도 70점이라는 점수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상대평가라는 개념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다른 아이들이 몇 점 이었는지, 그 날만 유독 초등학교 1학년에게 가혹한 문제가(수박 겉핥기 같은...) 제출되었는지 알 길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저의 시험지 위에 빨간펜으로 커다랗게 적힌 숫자는 70이었다는 것입니다. 100보다 더 크게 적혀있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야속하게도.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10분 남짓한 시간이 어찌나 멀게 느껴지던지... 저는 정말 그 길에서 제가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칭찬을 갈구하며 한 발 한 발 사뿐사뿐히 돌아가던 꼬마아이는 그 날 따라 비에 홀딱 젖은 강아지마냥 축 늘어져 오만가지 고민과 상념에 빠졌습니다. '친척 어른들은 얼마나 실망하실까. 부모님께 연락하시지는 않을까. 혹시 손바닥을 맞지는 않겠지(설마...) 이제 더 이상 안 귀여워 해주시겠지...'

그렇게 풀이 죽어 시험지도 자랑스레 내밀지 못하고, 조회시간에 수업 마치고 보자는 선생님을 하루종일 기다리는 아이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제가 조금 더 영특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 시험 안 쳤어요, 라고 이야기했을텐데 8살 꼬마가 그리 영특할리가 있겠습니까. 시험지 보여달란 소리에 전쟁터에 억지로 끌려온 병사가 마지못해 방패라도 꺼내는 심정으로 눈물을 일발 장전하고 시험지를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세상이 정지한 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를 제외한 지구는 70과 100 따위 숫자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묵묵히 시간당 108,0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오늘 좀 어려웠나보네(웃음)" 세상 무너진 것 같았던 제 근심 걱정이, 유독 커 보였던 70이라는 숫자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취급받아 다소 허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뒤 기억은 없는걸 보니 여느 일상처럼 평범했나봅니다. 



지금 제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아이구~ 그렇게 꼬마 때 받아쓰기 한거랑 지금 제가 망친 시험과 비교해서 위로하려 드시는 거예요?' 라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네 타당한 반론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물론 여러분들이 지금 시험 망쳤을때 오는 타격은 분명 어린 꼬마아이의 받아쓰기와는 다를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훗날 시간이 지나서 그 순간을 돌이켜 봤을때 느낌은 제가 지금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을 거라는 겁니다.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나는 그리 세상 무너진 사람처럼 지냈을까. 죽고싶다라는 생각을 그리도 쉽게 했을까.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거늘.


저 살면서 중요한 시험 많이 망쳤습니다. 물론 수능 망친 기억은 생생하지만(씁쓸) 나머지 시험들(무수히 치뤄냈던 초,중,고 시절의 시험들)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 때 그 순간의 두려움과 걱정들 고민들이 정말이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여러분 매 순간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시되 나타난 결과에 너무 스트레스 받고 집착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쁜 생각 제발 하지마시구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