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죽음에 관한 이야기 : 비굴한 최후였을까?

Posted by sheneedsme
2015. 11. 1. 14:49 잡동사니

요즘 <육룡이 나르샤>라는 사극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나르샤는 '날아 오르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아마 정도전 죽음에 대한 관심도도 여느 때보다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최근들어 가지게 된 조선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 블로그에 조선 왕조 500년을 연 태조 이성계, 태종 이방원에 관한 글을 적다보니,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삼봉 정도전.(삼봉은 정도전의 호다.)


정도전(1342~1398)


저는 역사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비밀을 간파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지도 못합니다. 


다만, 한가지 위안을 삼고 블로그에 계속 글을 적을 용기를 가진 이유는 무릇 가르침이란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거리가 가까울 때, 때로는 더 유의미한 배움이 일어나기도 하기에, 최대한 쉬운 수준(어려운 수준의 설명은 애시당초 제 수준에서 불가하기에)에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저의 눈높이에서 저의 눈높이쯤 있는 분들과 나누는 글입니다.



(출처: SBS 육룡이 나르샤)


주제에 관한 결론부터 먼저 내리자면, 정도전 죽음에 관여한 인물은 태종 이방원이고, 정도전 최후에 관여된 사건은 제1차 왕자의 난입니다. 제1차 왕자의 난은 방원의 난, 정도전의 난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정도전은 신분으로 인해(그의 어머니는 서얼 출신 노비였다), 스스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사회(고려)에서 한계가 있었기에, 역성혁명(왕조의 성이 바뀌는 일, 다른 성에 의한 왕조의 교체)을 당시 힘을(군사력) 가지고 있던 이성계에게 설파합니다. 


스스로를 한나라 장량(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인물, 책략가)에 비유한 정도전은 이성계의 조선 개국으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처: KBS 드라마 정도전)


이성계의 브레인 역할을 수행한 정도전과 이성계의 아들 중 가장 야심이 넘쳤고 능력이 뛰어났던 이방원의 대립은 그들이 생각하고 바라보는 이상향의 차이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신하인 정도전은 신권정치(臣權政治, 쉽게 말해 신하가 권한을 가진 정치 체제)를, 왕이 될 운명의 이방원은 왕권정치(王權政治, 임금 왕, 권세 권)를 신봉합니다. 정도전에게 이방원은 껄끄러운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방원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가 왕이 된다면, 정도전이 꿈꾸는 이상 사회(신권 정치, 재상 정치)를 구현하는 데 큰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방원에게도 정도전 일파(남은, 심효생 등)의 권력은 쉽게 물리칠 만큼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태조 이성계의 세자 책봉. 유교질서에 따라 장자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어, 첫째 방우(진안대군)가 세자가 되어야 마땅하거늘, 정도전 일파와 태조 이성계의 둘째 부인 선덕왕후 강씨가 힘을 합쳐, 태조와 신의왕후 한씨(정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방원도 포함됨)을 제치고, 둘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여덟째 아들 방석(당시 11세, 선덕왕후 강씨 아들)을 세자의 자리에 앉힙니다.


그리고 정도전은 끊임없이 사병들을 해체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실현에 옮기려 하고, 이는 그나마 가진 군사력(사병)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던 방원에게 모 아니면 도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먹히느냐, 먹어 버리느냐. 이대로 죽느냐, 사느냐.(방석이 정도전과 선덕왕후 강씨의 바람대로 조선 2대 왕이 되었다면, 태조 사후에 방원 등 다른 형제의 안위는 결코 장담 못하였으리라 생각합니다. 설사 죽음을 피하더라도 권력욕이 있는 사람에게 권력의 귀퉁이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결국 정도전 최후는 방원에 의해, 우리에게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을 통해 일어나게 됩니다. 정도전 죽음에 대한 설에는 정도전이 죽음 직전 이방원에게 목숨을 구걸하였다고도 하고, 평소 정도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대부분의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라는 것을 예를 들어 그가 목숨 구걸 따위를 할 인물이 결코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출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저도 얄팍한 지식이지만, 후자쪽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정도전 같은 인물이,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물이 본인의 생사에 관한 판단을 허투루 했을 리가 없지 않을까요? 이러나 저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리 추하게 굴었을까요? 다만 평범한 인간들이 타인의 힘에 의한 죽음의 문턱에 가본 적은 없기에 결코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그래도 정도전은 비범하니깐...)


(출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정도전의 죽음을 차치하더라도 정도전을 두 왕조를 섬긴 배신자 이미지로 만든 힘은, 역사를 기록할 힘을 가졌던 태종 쪽에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으니 잘 생각해 볼 부분입니다. 이상으로 정도전 죽음에 관한 부족한 글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